칼럼

마이웨이식 국정운영 변화 시급(매경이코노미 7월8일자)

작성일 : 2009-07-03 08:19조회 : 1,654

매경 이코노미 2009년 7월 8일자 창간 30주년 특대호
<논객 5인이 MB에게 전하는 쓴소리>

사회안정 : “‘마이웨이’식 국정운영 변화시급”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실용’을 내건 이명박 정권 들어서 ‘이념 갈등’과 ‘계층 갈등’ 현상이 더욱 심해졌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좌파’와 ‘우파,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같은 용어가 예사가 돼 버렸다. 한쪽이 상대방을 거친 말로 몰아 부치고, 그러면 다른 한쪽은 더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해서 상대방을 다그치고 있다. 한때는 ‘사회의 공기(公器)’임을 자임하던 신문마저 ‘진영 논리’의 포로가 되어 버렸다. 신문에도 성향은 있는 것이지만, 신문끼리 서로를 원수처럼 비난하고 헐뜯고 있으니 예사롭지 않다. ‘진영 논리’를 일탈한 사람에 대해서 인격적 테러를 가하는 일마저 발생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해 실업자와 빈곤층이 늘어났으니 ‘이념 갈등’에 ‘계층 갈등’이 덮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 줄 모르는 위험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사정에 이렇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 이에 해석도 ‘진영 논리’에 따라 판이하게 다르다. 보수 진영은 그 원인을 ‘좌파 헤게모니’에서 찾고 있다. 교육, 문화, 방송 등 우리 사회의 기저(基底)가 진보 좌파의 헤게모니에 넘어가서 이명박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본다. 진보 진영은 현 정권이 민심을 잃어버리고도 계속 독주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진보는 이명박 정권이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고 보는 데 비해, 보수는 이를 ‘조직적 저항과 반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원인이 어떻든 간에 현 상황은 일단 이명박 정권과 보수에게 좋지 않다. 미디어 관련 법안과 4대강 사업 등 정권이 사활(死活)을 걸고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대다수 국민은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태가 발생했고, 현 시국을 ‘민주주의의 후퇴’로 규정하는 각계의 선언이 잇달았다. 보수집단의 격한 구호와 반발이 뒤를 이었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론조사는 우리 사회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20-30대 청장년층이 보수에 등을 돌렸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혁 갈등’이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하나, 그것은 내재되어있던 것이 분출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더 중요한 점은 정권에 대한 불신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절대다수가 진보 좌파로 넘어 갔다고 볼 수는 없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굳건한 것은 그 점을 웅변으로 증명한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다면 “과도한 이념 대립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양측이 양보해야 한다”는 식(式)의 원론적 처방은 공허할 따름이다. 이명박 정권이 이런 균열을 야기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방통행식 국정이 잠재해있던 분열을 수면 위로 분출시키고 또 악화시켰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해법은 있는 것인가 ? 정부와 야당이 한발자국 물러나서 타협해야 한다거나, 좌와 우가 대화를 통해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수준의 처방은 듣기에만 좋은 구두선(口頭禪)이다. 이 정부가 ‘마이 웨이’식 국정운영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오죽하면 ‘오만과 독선’이 정권의 브랜딩이 되고 말았겠는가.

대선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두고 쉴 새 없이 말을 바꾼 것이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물류용이라고 했다가 어느 새 관광용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대운하는 민자로 건설하면 되기 때문에 정부예산이 들지 않는다고 했던 것이 바로 1년여 전이다. 그러다가 ‘촛불 민심’에 놀란 대통령은 “대운하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대신 내어놓은 ‘4대강 사업’에 22조원 이상을 퍼붓겠다고 하니, 정부를 이해할 국민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여론조사는 국민의 2/3가 재벌과 신문이 방송을 겸업하는 데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민심’을 아랑곳하지 않은 정권 때문에 ‘좌-우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순화시켜 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는 열쇠도 정권이 쥐고 있는 셈이다.

이 정권 들어와서 ‘법치(法治)’를 둘러싼 갈등이 심각해 진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법당국이 법을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마저 사법적 해결을 고집하는 정권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할 법원과 검찰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것도 큰 문제다. 사법부는 신영철 대법관 사건으로,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 실종된 정치와 훼손된 법치를 재건하지 않는다면 사회안정을 이룩하기는 어렵다.

(c) 매일경제신문,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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