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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2009년 9월 23일자 인터뷰 기사

작성일 : 2009-09-25 08:47조회 : 4,035

[시사저널 2009년 9월 23일자 인터뷰]

“언론이 막말 키우니까 막말 즐기는 사람 이어진다”
논객 인터뷰 ➎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

[1040호] 2009년 09월 23일 (수)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하하 호호’ 남자와 여자의 웃음이 한데 어우러진 표현이다. 세상을 가장 조화롭고 즐겁게 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반대로 남녀가 등을 돌리고 있으면 세상이 시끄럽고 어둡다. 최근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갈려 서로 상처 내기에 바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가치도 상실된 사회였다. 그러다 보니 ‘웃음’이 사라지고 ‘갈등과 대립’이 난무했다. 합리적인 ‘이성’보다는 감정적인 ‘막말’이 지배했다. 여기에 정치인·지식인·언론 등이 동조하며 진흙탕을 방불케 했다.

<시사저널>은 총 5회에 걸쳐 ‘소통’이라는 담론을 가지고 ‘보수·중도·진보’를 대표하는 논객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진정성이 없는 ‘진보’와 도덕성이 없는 ‘보수’ 그리고 기득권을 내세우는 ‘중도’를 ‘가짜’ ‘짝퉁’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부류들이 사회를 어지럽게 만드는 ‘독’이라는 것이다. 논객 인터뷰 마지막 주자로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를 지난 9월15일 오후 학교 연구실에서 만났다.

- 일부 지식인들의 ‘막말’에 대해 논객들은 ‘언론’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 생각도 같다. 막말을 하면 아예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언론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쓴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막말을 즐기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것(막말)이 뉴스감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막말을 내뱉는 것이다. 막말을 없애려면 ‘막말’을 묵살해야 한다.

- 일부 보수 진영에서 이 교수에 대해 ‘진보로 커밍아웃하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글쎄, 나는 변한 것이 없어서 여기에 대해 대꾸할 말이 없다. 나는 대북 관계나 경제 정책 등에 대해서는 보수이다. 단지 4대강 정비 사업을 반대한다고 (보수 진영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반대해야 하는데도 모두 침묵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면 진보이고, 찬성하면 보수라는 말인가. 말도 안 된다.

- 현 정부에 지나칠 정도로 날을 세우는 이유가 무엇인가?

역대 대통령 중에 법과 원칙 그리고 절차를 무시한 대통령은 이번이 처음이다.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환경과 국토를 유린하고, 국가 재정을 파탄에 빠뜨리는 ‘참 나쁜 정책’이다. 이런 것이 국가의 재앙이고 실패하는 정권이다. 다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사형 제도는 옛날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런데 지금이 옛날과 다른 것은 한 사람을 사형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정부는 성과주의·조급주의 때문에 대부분의 정책이 법과 원칙 그리고 절차가 무시되었다. 그래도 노무현 정권 때는 최소한 절차는 존중하려고 했다.

-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구제 개편’ 발언에 대해, ‘국민 제안용’이라고 했다.

선거구제 개혁안을 보고 황당했다. 여야 의원들이 ‘선거구제 개편’에 찬성하는 것은 자기 생존을 위한 것이다. 중·대 선거구는 한 선거구에서 2명(중선거구)이나 3~5명(대선거구)의 의원을 뽑는 제도이다. 이렇게 하면 선거구별로 비례대표를 하는 셈이 된다. 중·대 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표면적 명분은 ‘사표 방지’이지만, 내심은 ‘여야 동반 당선’이다. 만일에 중·대 선거구제를 도입하면 민주당 후보는 호남은 물론이고 수도권, 경남·부산에서 당선은 떼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후보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수도권, 강원 등지에서의 당선을 보장받을 것이다. 공천권을 거머쥔 집단의 권세가 얼마나 기승을 부릴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한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한 선거구에서 3~5명을 뽑는 대형 선거구제를 채택하면 그것 자체가 권역 비례대표제이기 때문에 비례대표 선거를 이중으로 하는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인구 편차를 줄일 수 있는가에 신경 써야 할 때이지 선거구 개편을 말할 때가 아니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소선구제’를 유지해야 한다. 소선거구제가 있기 때문에 민주화가 가능한 것이다.

-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내각 진용이 갖춰졌다. 이번 인사를 어떻게 보나?

대통령제에서 인사는 국정 운영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에서의 장관은 ‘소관 부처’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에 만족해야 한다. 좋은 사람을 잘 발탁해서 권한을 주고 일을 시켜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우리나라를 보면 장관 위에 옥상옥이 너무 많다. 청와대가 너무 비대한데 이것은 실패하는 정부의 모델이다. 장관이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참모가 많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자고로 성공한 대통령을 보면 권한을 많이 이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 정운찬 교수를 총리에 지명한 것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배경은 무엇인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약 35%의 ‘안보 보수’라는 공고한 지지층이 있었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을 보더라도 이재오 같은 ‘운동권 출신’이 포진하고 있던 이명박 진영에 대한 불신이 박 전 대표를 지지하게 만들었다. 박 전 대표가 미디어법, 용산 사태 등에서 민심의 편에 섰을 때 일부 보수 세력은 박대표를 비난하며 황당한 여론몰이를 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런 세력들은 특정 연령층과 특정 집단에 국한되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를 표방하고 (진보 성향의) 정운찬 총리가 여권에 들어오면서 폭넓은 ‘보수 민심’이 박 전 대표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넘어섰다.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중도 실용’이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나는 지지율이 50%를 넘었다는 여론조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단순히 결과만을 맹신할 것이 아니다. 누가 돈을 대서 여론 조사를 했느냐가 중요하다. 언론에서도 이런 점을 확실하게 취재하고 써야 한다. 내가 보기에 여론조사에도 격이 있다.

- 이명박 정부의 소통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진보와 보수가 소통을 잘 하면 대립과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잘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내가 보기에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진보에 비해 ‘항구적 가치’를 존중하는 보수에게 원칙과 도덕성 그리고 일관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에 ‘보수’라고 주장하는 집단은 원칙, 도덕성 그리고 일관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기자들과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없다.

- 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진실과 정의’를 꼽는다. 진실은 하나밖에 없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진실과 정의를 무서워해야 하고 국민들은 이를 감시할 책임이 있다.

- 차기 정권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 가봐야 하고 또 어떤 일인지가 중요하다. 내 개인적으로는 현 정권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 특히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나 4대강 정비 사업 같은 것들의 추진 배경과 과정 등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나는 이런 사업들에 대해 초반부터 반대해왔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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