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산강 소송 방청기 (정민걸 교수)

작성일 : 2010-02-03 18:38조회 : 1,978

* 4대강 소송의 하나인 영산강 소송 첫 공판이 지난 2일 오후에 전주지방법원에서 열렸습니다. 국민소송단을 대표해서 임통일 변호사가 변론을 했고, 이원영 교수와 정민걸 교수, 그리고 관련 환경단체 회원들이 방청을 했습니다. 2시간에 걸친 법정 논박을 직접 보고 들은 정민걸 교수가 전하는 법정 소식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이상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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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소송 방청기

정민걸 (공주대 교수·생태학)

2010년 2월 2일 전주지방법원에서 4대강 사업의 하나인 영산강 사업 집행정지 청구 사건에 대한 첫 심문을 방청했다. 2시간이 넘는 동안 정부측 대리인과 우리를 대표한 임통일 변호사(4대강 국민소송 법률지원단장)가 각기 주장을 개진했다. 광주에서 시민단체 여러분들이 올라오셔서 방청석을 메워서 우리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다.

재판부는 PPT로 이 사건의 쟁점을 다음 두 가지로 정리해 제시했다.
첫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 여부인데, 신청인에게 소명 책임이 있다. 둘째, ‘손해’는 신청인의 개인적 손해여야 한다. 항고 소송이 개인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 이상 집행정지에 의하여 구제하려는 손해는 개인적 손해에 한하고 공익상 손해 또는 제3자의 손해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원칙에 근거해서 재판부는 신청인과 피신청인에게 다음을 요구했다.
신청인: ①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내와 외 지역 주민의 구분, ②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예방을 위해 긴급하게 집행정지해야 할 필요성 근거 제시
피신청인: ①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이 어디인지, 해당 지역 내외 주민 구분, ②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대한 소명, ③ 필요한 절차를 이행했다는 근거의 제시

우리측은 시공에 대한 고시 자료와 지하수로 인한 침수피해 시뮬레이션 자료 등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고, 재판부는 우리측의 요구를 피신청인에게 전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측 변호인단은 검토 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제출하겠다고 했다.

정부측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은 6월에 발표하고 책자는 7, 8월에 나왔으며 따로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 마스터플랜은 구속력 있는 처분이 아니다.
- 국가재정법의 예비타당성 조사 위반에 대해서는 재정법이 단순히 행정부 내부 절차 규정이므로 위법성 논할 수 없으며, 재해예방은 시급성이 있어서 예비타당성 검토가 불필요하다.
- 예비타당성 검토는 예산의 합리적인 배분 문제로서 이미 작년 말에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된 사항이므로 더 이상 타툴 필요가 없다.
- 4대강 사업에서 미래의 홍수피해 또는 용수확보라는 내용 때문에 시급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일 당장이라도 홍수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작년에도 영산강이 범람했었다.
- 4대강 사업의 목적은 단순히 재해예방만이 아니라 용수확보와 수질개선 목적도 있는 사업이고 혼재된 목적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함.
- 기본적으로 필요한 절차를 모두 이행했다. 단기간에 추진한 것은 대규모 인원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절차를 무시한 것은 아니다.
- 4대강 사업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나 유역종합치수계획과 부합한다. 이들 계획은 장기 예측에 따른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지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없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보 건설이나 준설에 대한 계획 등은 이들 계획에 언급될 사항이 아니다.
- 외국의 사례는 그 나라의 문화이고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용수확보 등의 다목적을 위해서 우리나라에 필수적인 사업이다.
- 태화강과 한강은 인공이 들어가서 환경이 개선된 예이며, 양재천도 자연 하천이 아니지만 칭송되고 있다. 자연 하천처럼 하려면 둑도 헐고 주변 일대를 습지로 방치해야 하나, 정말 자연하천이 유지될 수 없다면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영산강에는 보가 2개 만 건설된다.
- 보로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용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며, 수질 개선은 상류의 오염물질 유입 관리 등을 통해서 할 것이다.
- 건설기술관리법 위반이라고 하나 4대강 사업은 건기법의 시행령에서 규정한 다른 법령에 따라 할 수 있는 사업에 해당되어 하천법에 따른 사업이다. 마스터플랜에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고 구간별로 사업의 구체성이 있다.
- 지역 신문 2곳에 주민의견 수렴을 공지했고 충분 의견 수렴을 했다. 왜 생태계 문제에 대해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지 신청인이 제세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충분히 수렴하였다.
- 230여명의 인력이 투입되어 집중적으로 문화재 지표조사가 되었기 때문에 단기간에 가능했고 수중 조사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나루터 지역이라 파다보면 문화재가 나올 수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현재 자연 환경이 파괴되어 있기 때문에 복구해야 하며, 홍수와 가뭄 피해를 막는 것은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소유권 침해와 농사를 못하는 것은 금전으로 보상이 가능하다. 환경영향평가 지역 외 거주자의 이익은 일반적인 공익이지 보호 대상의 개인적 주관적 이익이 아니다.
- 이 사건은 원안 소송과 관련한 신청임으로 원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소송이나, 원고 적격자임을 보이는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 침수 피해(지하수)에 대해 시뮬레이션 한 것이 있다. 집행정지 소송의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므로 원고에게 주관적 피해가 발생해야 하고 금전적으로 보상이 될 수 없다면 보호되어야 하는데 그런 피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 신청인들에게 근거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이 없다. 마스터플랜은 국민 개개인을 구속하지 않기 때문에 취소 청구 대상이 아니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 없다. 오히려 중단할 때에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운하사업이 아닌데 운하사업을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단순히 광주와 영산포를 잇는 뱃길이다. 원안 승소 가능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 같은 정부측 주장에 대해 우리측 임통일 변호사는 아래와 같은 논지를 전개했다.

- 실질적으로 하천공사시공계획이 마스터플랜에 의거하여 되고 있으며, 그런 결과로 하천공사가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유역종합치수계획과 위배된다.
- 4대강 사업은 다목적으로 재해예방이 아닌 사업의 비중이 더 크며, 재해예방도 홍수피해 지역과 4대강 사업 지역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국회 예산 통과도 구체적인 사업 내역에 대한 예산이 없이 총괄적 내용만 있기 때문에 예산안 통과가 예산의 합리적 배분일 수는 없다. 4대강 사업의 대다수가 턴키 발주라서 구체적 내용이 없어서 특정 액수만이 재해예방이라고 할 수는 없다.
- 80년 경에 영산강 둑이 터진 적은 있었지만 범람은 아니었다. 설령 강의 한 지점에서 범람했다 하더라도 전체 강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님으로 시급성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보 건설로 홍수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에 제방을 보강하는 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영산강은 작년에 종합치수계획에 의한 사업으로 재해예방 공사가 공식적으로 끝났다.
- 태화강은 보를 헐어서 수질이 개선된 예이고, 시화호는 해수 유통을 하여 수질이 개선된 예로서 보로 물길을 막아서는 안 되는 것을 보여준다.
- 용수 확보는 구체적인 용도가 없는 목적이다. 영산강의 경우 농업용수 확보에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보 건설로 수질이 나빠지고 퇴적물 문제가 발생한다. 가동보라고 하나 보 전체를 여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열기 때문에 오염물질을 완전히 보낼 수는 없다. 홍수 때 문을 연다고 하나 기상예보가 홍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뱃길의 경우도 바다와 강의 뱃길은 조수간만 변화에 따른 4차례만 정확한 시간을 기다려서 뱃길이 열려야 하는 등 현실성이 없다.
- 하천공사시행계획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년), 유역종합치수계획(5년)에 근거해야 하는데 마스터플랜에 따르기 때문에 상위 계획과 배치된다. 기본적으로 자연친화적으로 하천이 관리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천법 1조에도 하천관리와 정비가 자연친화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4대강 사업의 39%가 보 건설이고, 그에 따른 제방 보강공사까지 함하면 그 비중이 50%에 달한다. 중앙하천관리위원회에서 장기종합계획변경에 반대하는 교수가 많기 때문에 시행령을 급히 개정했다. 마스터플랜은 ‘법 위의 법’으로서 법까지 바꾸며 공익과의 형량을 무시하고 있어, 장래 하천과 관련한 공익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명박 대통령도 절차를 거치지 말고 추진하라고 발언했고, 한나라 당 대표가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이라고 했다.
- 자연환경보전법 등은 환경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 수렴을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대안 제시나 대안 평가가 없이 단순히 저감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환경영향평가에 사용된 근거 자료는 과거 자료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영향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며 예측과 분석이 없다.
- 승천보의 경우 관리수위가 현재의 제방 높이로 지하수 문제가 있음이 명확함에도 영향평가서에는 예측이나 대책이 없다. 준설 오염토에 대한 대책도 제시되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대안을 제시했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 실시설계가 없이 공사가 진행되는 턴키 방식으로 공사 필요성, 규모,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사업이다.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은 구간별 사업이 아니고, 전체 강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설령 대운하가 아니더라도 전체 강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사업이기 때문에 강 전체를 대상으로 환경영향평가가 있어야 한다. 멸종위기종들이 공사 중 대피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강 전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대피할 곳이 없다. 철새 등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회귀하는데 변형되면 다시 올 곳이 없다. 쪼개진 구간만을 기술적으로 부각하여 개별적 문제로 만들었지만 전체 영산강 유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타당성이 결여되고 있다. 보의 실시 설계는 모의실험결과가 나와야 확정될 수 있는데 현재 한 교수가 여러 개를 수주 받아서 진행 중이다.
- 제(堤)내지에 국한된 문화재 지표조사는 영산강 유역의 마한 문화 등 역사적 문화유적이 많이 나올 곳에 대한 조사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보고서 작성까지 포함하여 45여일의 조사 기간은 충분하지 않다. 영산강 유역은 4대강 사업의 문화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문화가 있다. 장보고 자유무역 지대로 도자기 유적 등이 있다. 전문가들의 유적 분포 조사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과거의 역사와 문화 가치를 인정하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 승천보 지역은 국내생산의 70%를 차지하는 미나리 재배지역이다. 1년간 마을의 수익이 80여억 원인데, 보상 계획은 70여억 원에 불과하다. 수용시에 일정한 수익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생계 수단을 대신해서 일시적인 금전으로 보상될 수는 없다. 공동체 사회의 붕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공동 자산인 국가하천인 영산강이라는 강을 흐르지 않는 호수 생태계로 바꾸는 것은 생태계의 상실이고 환경적인 피해다. 모래톱 등 자연적인 아름다움과 그에 따른 정신적 가치는 파괴되면 회복아 불가능하다. 모래톱 등 하천의 자연 요소가 필요함은 정부 자료에도 나와 있다. 강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다. 수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바닥을 전부 훑어내는 방식의 준설은 문제다.
- 사람만이 아니라 자연의 생물도 함께 공존하는 자연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영산강 사업으로 9개의 습지가 사라질 예정인데, 야생동식물,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경관도 상실될 것이다. 환경공익도 지켜져야 한다. 자연환경보전법은 환경보호를 위한 환경단체의 참여를 보장해야 하는 권익으로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구간을 동일한 방식으로 개발하는 4대강 사업은 지역적 특성이 사라지게 하는, 지역 문화를 말살하는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은 공공이익에도 엄청난 피해를 주는 사업이다. 행정 소송은 주관 소송이 아니고, 행정소송법 12조에 따르면 원고는 행정 처분을 취소할 이익이 있다.
- 운하 사업의 요건은 수로폭 50m와 수심 5m이상으로 이를 필수 요소로 하는 것이 현재의 영산강 사업이다. 하지만 물류는 이미 경제성이 없다.

법률 용어와 절차 등에 특별한 지식이 없었지만, 정부측 주장이 단순하고 편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우리를 대표한 임통일 변호사의 변론은 법리적으로 명쾌하고 환경생태학적 지식에 충실해서 많은 감명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런 소송에서 사익의 침해가 있어야만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법리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환경영향은 시공의 한계가 없기 때문에 이를 ‘영향평가 지역 내’를 물리적인 거리 500m로 한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국가적 영향이 있는 환경생태계 피해가 공익적 피해라고 해도 개인적 피해가 아니라는 주장은 생태학자인 나에게는 ‘억지 춘향’처럼 들렸다.
(c) 정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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