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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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산세바스티안
작성일 : 2010-10-26 10:38조회 : 4,426
산세바스티안
이상돈 (2010년 10월 26일)
로욜라에서 산세바스티안(San Sebastian)까지는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편리했다. (스페인은 버스를 타면 어디든 못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산세바스티안은 바스크어로 하면 도노스티아(Donostia)인데, 스페인어와 같이 성(聖) 세비스티안을 의미하는데도 발음이 이렇게 다르다. 3세기 말에 로마에서 화살을 전신에 맞고 순교한 성 세바스티안을 기리는 수도원이 11세기에 세워 진 후 마을이 산세바스티안으로 불려 졌다고 한다. (화살형을 받는 성 세바스티안은 종교화의 소재가 되어 여러 화가에 의해 그려졌고 루브르 등 많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산세바스티안은 스페인 최고의 휴양지이고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하는데, 빌바오에서 산세바스티안에 이르는 해안 곳곳이 너무 아름다워서 산세바스티안 자체의 자연이 특히 아름답다고 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다만 비치를 끼고 도시가 발전했고, 여름에는 스페인 남부가 너무 더워서 도시가 형성된 이곳으로 피서를 왔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산세타스티안의 인구는 18만 명(주변을 포함하면 40만 명)이고, 대부분 바스크 사람들이 살고 있다. 비치부근은 오래된 구역이고 남쪽으로 신도시가 하천 제방을 따라 발전되어 있다. 바스크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를 볼 수 있었다. 산세바스티안은 영화제와 재즈 페스티발로 우리에게도 알려져 있다.
산세바스티안은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대에게 점령당했는데, 1813년에 영국군이 상륙해서 프랑스 군대를 패퇴시켰다. 양측에서 많은 사상자가 났고, 도시는 완전히 폐허가 됐다. 1875년에는 스페인 왕위 계승을 두고 내란이 일어났는데, 칼리스라고 부르는 왕당파의 반대편에 서있던 산세바스티안은 왕당파 군대의 포격으로 많은 희생자를 냈고 도시가 또 다시 파괴되었다. 당시에 다른 바스크 지역은 왕당파에 섰으니 산세바스티안은 다른 바스크 지역과는 달리 자유주의 전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산세바스티안에 영국과 프랑스의 문인들이 아예 자리를 잡고 산 경우도 많았다. 스페인 내란 때에 산세바스티안은 프랑코의 군대에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항복했다.
산세바티안의 비치는 우리나라 해운대를 연상시키는데, 해운대와 달리 고층건물이 바다 가까이 없어서 비치가 잘 보전되어 있다. 산세바스티안을 점령한 프랑코는 비치 가운데 지점에 감옥을 세우고 자기에 저항했던 바스크 민병대 등 민족주의자들을 체포해서 구금하고 수시로 감옥에서 총살했다고 하니, 그 총소리가 도시민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프랑코는 죽기 전까지 여름 휴가를 산세바스티안에서 보냈는데, 그것은 아마도 자기에게 저항하는 바스크 사람들에 대한 과시였을 것이다. 비치 가까운데 있는 산타 마리아 성당 정문 위에는 화살형을 당하는 성 세바스티안의 조각이 있는데, 프랑코 지배하의 바스크 사람들은 그 조각상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상념에 잠시 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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