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우병 위험은 '대중 겁주기'인가 ?

작성일 : 2008-06-14 00:25조회 : 2,048

광우병 위험은 ‘대중 겁주기’인가 ?

여름철 비브리오 식중독이 발생하면 관계 장관이 생선회를 먹으면서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조류 독감으로 닭 매출이 줄면 고위공직자들이 삼계탕을 일부러 먹으러 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위험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는 대중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사실 사과에 든 극미량의 알라 농약 성분이 위험하다느니, 크랜베리 주스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은 나중에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운동권 학자들’이 위험을 과장한다고 비판한다. 우리나라에선 다이옥신과 방사능의 위험성이 필요 이상 과장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먹는 보통 식품의 위생 안전 문제가 극미량의 화학물질이 야기하는 위험성 보다 크다고 경고한다.

이번 쇠고기 사태에서 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보수진영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가장 안전하다고 들고 나온 점이다. 분명히 미국산 쇠고기가 무슨 독극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가장 안전한 먹을거리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미국과의 협상이 갖고 있는 절차 등 문제 뿐 아니라, 그렇다면 국산 쇠고기는 어떤가 하는 점도 당연히 논의했어야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의 보수 언론도 처음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과장된 것이라는 식의 보도를 했었다. 그러다가 정말로 광우병 소가 발생하자 그런 식의 보도는 쑥 들어가 버렸다.

쇠고기 문제는 보기와 달리 '계층 문제(class issue)'를 안고 있다. 영국에서 광우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대부분 보통 서민층이었다. 싸구려 고기를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자기가 사냥한 사슴을 즐겨 먹은 사냥꾼, 다람쥐를 전통식으로 요리 해 먹은 켄터키 산간 마을 사람들이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걸려서 죽었다. 이런 전후 사정은 생략하고, “좌익이 한미 동맹을 파탄시키기 위해 광우병을 과장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나는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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