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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칼럼

모래강 답사를 권한다 (이원영)
작성일 : 2010-07-19 17:49조회 : 1,763

모래강 답사를 권한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운하반대교수모임 집행위원)

4대강 사업에 대해 막연한 생각을 했던 사람들도 막상 현장을 찾으면 “정말 이런지는 몰랐다”고 말하게 된다. “강이 원래 이렇게 아름다운 존재인줄도 모르고 도시에서 무심하게 살아왔다”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이제 4대강은 신부님과 수녀님에서 대학생들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돌아보는 순례지가 되었다.

운하반대교수모임을 통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 오다보니 자연상태의 강이 갖고 있는 생태적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관심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4대강 사업 현장과 우리 강의 원래 모습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답사를 하게 되자 필자도 노우하우가 생겨서 효율적으로 강을 둘러보는 코스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주말을 이용해서 당일 코스로 둘러보는 코스로는 다음을 권장할 만하다. 차편으로 낙동강 상류인 내성천 회룡포에 가서 자연상태의 모래강을 맨발로 걸어 보는 것으로 순례는 시작한다. 그 다음 낙동강 본류의 4대강 공사현장에서 열심히 준설하는 포클레인의 모습을 보고, 다시 차편으로 남한강으로 올라온다. 그 다음 여주 이호대교에서 강천보 현장을 멀리서 쳐다보고, 단양쑥부쟁이가 서식했던 아름다웠던 바위늪구비가 완전히 파괴된 현장에 가서 4대강 사업의 잔인한 모습을 확인한 다음에 신륵사에 도착해서 수경스님이 개설하신 여강선원에서 과연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 서울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정도의 하루 코스면 자연상태의 아름다운 우리 강의 원래 모습과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지고 있는 현장을 비교해서 보게 된다.

지난 토요일(17일)에도 이 코스로 경기도의원 30여명과 답사를 다녀왔다. 의원들은 낙동강 상류의 내성천 모래 강에 발을 담그고 발목 깊숙이 들어가는 모래 강바닥을 한발 씩 걸으면서 모래강의 정수효과와 생태계의 원리를 깨닫게 됐다. 한강 주변에 살았던 의원들은 옛날 한강 백사장 생각이 난다고 했다. 한강 모래사장에서 모래 찜질을 하고 얕은 강가에서 멱을 감으며 놀았던 한강의 원래 모습이 사라졌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고 말하는 의원도 있었다.

1970년대에 팔당댐이 들어서자 모래가 내려오지 못했고, 그나마 남아 있던 모래를 파내었고, 1980년대 들어서 한강종합개발계획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인공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가해 온 것이 한강이다. 그러면 한강의 바닥은 어떠할까? 관동대 박창근 교수팀과 올해 초 여의도와 신곡수중보 일대의 강 바닥에 퇴적된 흙을 채취해서 조사해보니 심한 악취를 풍기는 오니토가 대부분이었다. 바닥이 이런 강에선 물고기는 서식과 산란을 하지 못한다. 한강 하류의 생태계는 죽은 것이다. 

한강종합계획 이후 한강변은 물을 바라만 보는 기형적인 ‘친수공간’이 되고 말았다. 도무지 이런 워터프론트가 어디에 있나? 원래 우리 강에 있었던 자연 정화기능을 없애고 사람들이 물과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없앤 것은 단견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한반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노년기의 화강암 산악지형이 독특한 특징이라고 한다. 장년기의 화산지형인 일본과도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마그마가 분출되면 그 자리에서 식는 용출암과 땅속으로 흘러들어가 높은 압력과 광물합성작용을 하면서 서서히 식은 화강암 등으로 변하는 데, 한반도엔 오래된 화강암이 많다고 한다. 깊은 땅속에 있던 화강암이 땅밖으로 나오는 조산운동은 일종의 지각운동인데, 움직이는 속도가 일 년에 1mm도 안되지만 수억 년에 걸쳐 진행하다보니 긴 거리를 이동해서 지상으로 돌출해 나오는데, 화강암 바위산인 북한산과 도봉산도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라 한다. 이런 바위가 풍화작용으로 인해 모래로 되고 이들이 흘러서 모래강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이런 모래의 성분 중에는 운모와 장석이 있는데, 풍화과정을 거치면서 눈으로 보이지 않는 수많은 모공을 갖고 있어 표면장력에 의한 부유물 흡착이라는 여과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생태학자인 정민걸 교수(공주대)는 모래강의 생태적 기능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상류에서 유기물이 강으로 흘러 들어와도 ‘모래 반 물 반’인 모래강 바닥에선 모래가 서서히 흘러가면서 유기물을 안으로 받아들여 잘게 부순 다음에 섞이게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연적인 여과장치인 셈이다. 모래 강에선 강바닥 아래 1-2미터까지 산소가 들어와서 미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그것이 저서생물의 먹이가 되고, 저서생물은 갓 태어난 치어들의 먹이가 되고, 그런 물고기 때문에 모래톱에 새들이 모여드는 것이 모래강의 생태계다. 모래강은 아름다운 우리의 하천경관의 본체이기도 하다. 이러한 모래를 두고 4대강 사업 찬성측의 어느 인사는 ‘강에서 없애야 할 지방질 같은 것’이라고 어처구니없는 표현을 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가 진정한 여론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의 진솔한 체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장에서 진실을 체험해야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c)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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