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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샘 지앙카나, 주디스 캠벨

작성일 : 2023-06-03 08:44조회 : 2,232

케네디, 샘 지앙카나, 주디스 캠벨

존 F. 케네디(1917~1963)가 대통령이 된 데는 그의 부친 조셉 케네디(1888~1969)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케네디를 정치적으로 키우기 위해 주요 언론사 정치 담당 기자에게 봉투를 주어서 케네디에 대한 좋은 기사가 나오도록 했다. 1960년 대선에서도 부친의 영향력은 결정적이었다. 민주당 후보가 된 케네디는 자신과 잘 어울리는 워싱턴 주 출신 헨리 잭슨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조셉 케네디는 상원 원내대표이던 린든 존슨(1908~1973)을 부통령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해서 케네디는 존슨을 러닝메이트로 삼았다. 선거 운동 실무를 지휘했던 로버트 케네디는 “존슨은 동물(animal)”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으나 부친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막강한 의회 권력을 갖고 있는 존슨이 실제 권한이 없는 부통령직 제의를 받아드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존슨은 이를 받아드리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역사를 보면 대통령 3~4명 중 한 명은 임기를 못 채운다”고 말했다고 한다. 케네디가 암살을 당함에 따라 존슨의 말은 현실이 되고 만다. 존슨 덕분에 케네디는 텍사스에서 승리해서 당선될 수 있었으니 부친의 감각은 두 아들에 비해 훨씬 뛰어 났다. 케네디가 당선된 후 로버트는 국방차관을 하고 싶어 했으나 부친은 로버트가 법무장관을 맡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밀어 붙여서 케네디 대통령은 별다른 경력도 없는 동생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는 무리수를 두어야 했다. 부친은 로버트가 법무장관을 해야 케네디 가족이 무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조셉 케네디는 텍사스 못지않게 중요한 곳이 일리노이라고 생각했다. 시카고 시장은 민주당 소속의 리차드 데일리였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었던 조셉 케네디는 시카고 지역 마피아 보스인 샘 지앙카나(Sam Giancana 1908~1975)를 비밀리에 만나서 도움을 요청했다. 시카고에선 대규모 부정투표가 이루어 졌는데, 그것은 지앙카나가 움직였다고 여겨진다. (넷플릭스 영화 <The Irishman>에도 그 장면이 나온다.) 사망한 사람들이 대거 투표소에 나와서 케네디를 찍었던 것이다. 닉슨은 부정선거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참모들의 말을 뿌리치고 선거 결과에 승복해서 부정선거 논란은 그대로 묻혀 버렸다.

소년 시절부터 조직 폭력에 가담한 샘 지앙카나는 1950년대에 시카고 암흑가를 지배한 보스였다.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와 친분이 있는 지앙카나는 부인이 사망한 후 배우, 가수 등 젊은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 등 자유분방하게 살았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케네디의 매부인 영화배우 피터 로포드(1923~1984)와 가까워서 지앙카나는 케네디 부자(父子)와 가까웠다. 샘 지앙카나는 마이어 랜스키, 산토 트라피칸테 등과 함께 쿠바 아바나의 카지노 호텔에 투자해서 수익을 올렸다. 1959년 초 카스트로가 쿠바를 장악하자 이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던 호화로운 카지노 호텔은 카스트로의 수중으로 넘어가고 만다. 사람까지 죽여가면서 열심히 모은 돈을 카스트로한테 몽땅 털린 것이다.

샘 지앙카나의 연인 중에 주디스 캠벨 엑스너(Judith Campbell Exner 1934~1999)라는 여인이 있었다. 주디스는 1960년 초에 케네디를 만난 후 케네디가 대통령이 된 후까지 2년 간에 걸쳐서 깊은 관계를 가졌다. 주디스는 재클린이 없을 때 백악관에 자주 들렀다고 1977년에 낸 책에서 주장했으며 백악관에 갈 때는 케네디의 가까운 비서관인 데이브 파워스가 안내를 했으며, 자기는 또 다른 마피아 보스인 존 로셀리(John Roselli 1905~1976)와도 가까웠다고 책에 썼다. 존 로셀리는 LA와 라스베이거스 지역의 보스로 포악한 성격으로 유명했는데, 피그스 만 침공 후 CIA는 로셀리에게 카스트로 암살을 위탁하게 된다.

케네디 대통령과 주디스와의 관계는 여러 사람의 증언과 FBI의 도청기록으로 사실로서 인정된다.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은 케네디와 주디스, 지앙카나와 주디스와의 관계를 도청한 기록을 갖고 있었다. 법무장관이 된 로버트는 형에게 에드가 후버를 교체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에드가 후버 국장이 두툼한 서류철을 들고 케네디 대통령을 독대하고 난 후에 후버를 교체하자는 말은 없던 것이 됐다. 후버는 케네디한테 대통령이 마피아 보스와 여자를 공유(共有)해서는 곤란하다고 충고했다고 전해진다. 케네디 대통령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로버트는 부친과 형이 마피아와 관련이 있는 줄을 잘 알지 못했다. 로버트는 그런 관계를 서서히 알게 되며 그런 과정에서 형이 암살되는 사태를 맞게 된다.

사진 (1) : 케네디 형제와 에드가 후버. 대통령 임기 초인 1961년 2월. 표정이 모두 좋지 않다.
사진 (2) : 샘 지앙카나
사진 (3) : 주디스 캠벨 엑스너. (엑스너는 1970년대에 결혼한 그녀의 두 번째 남편 성이기 때문에 60년대에는 주디스 캠벨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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