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칼럼

조 베어드와 재닛 리노
작성일 : 2022-05-13 20:19조회 : 55


조 베어드와 재닛 리노 

 
변호사는 살인자를 대리할 수도 있고 환경파괴 기업을 대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변호사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미국은 연방법원 판사를 변호사로 활동했던 사람 중에서 대통령이 지명해서 상원의 동의를 얻어서 임명하는데, 변호사로서 어떤 부류의 사건을 담당했느냐가 당연히 고려할 사항이 된다. 석유회사나 담배회사를 대리해서 정부 규제기관과 싸웠던 변호사를 판사로 임명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 거대기업을 대리했던 변호사는 구태여 판사를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친일파 후손을 대리해서 그들의 재산을 지켜주려 한 변호사를 구태여 장관으로 임명하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고, 구태여 장관을 하려고 나서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른 장관과 달리 법무장관은 국법(國法) 집행을 책임지는 자리라서 준법에 대해서 보다 높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사건이 클린턴 대통령 집권 초기에 법무장관 임명을 두고 발생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고위 공직자의 윤리기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미국은 상원의 동의가 요구되는 고위공직자가 무척 많으나, FBI와 국세청(IRS)이 사전에 철저하게 조사를 하기 때문에 문제 인물은 이 과정에서 대체로 걸러진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알 수 없었던 일이 나중에 드러나기도 한다.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민주당 인사들은 12년 만에 고위 공직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힐러리는 자기가 법무장관을 하고 싶었으나 대통령 근친자 공직임명금지법 때문에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클린턴은 그들 부부와 친했던 흑인 변호사 버넌 조던(Vernon Jordan)을 고려했지만, 조던은 이런저런 기업들과 관계가 깊어서 도저히 청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 그래서 클린턴은 미국 최초로 여성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해서 기록을 남기고자 했다. 하지만 남성우위 사회인 남부 아칸소에 주지사를 지낸 클린턴은 법무장관으로 임명할 만한 여성 변호사를 알지 못했다.

카터 행정부에서 백악관 법률보좌관을 지낸 로이드 커틀러(Lloyd Cutler) 등 민주당의 거물 변호사 몇몇이 조 베어드(Zoe Eliot Baird 1952~)를 클린턴에게 추천했다. 하지만 베어드는 별로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고, 오히려 예일 로스쿨 헌법교수이던 그녀의 남편이 커틀러 등과 교류가 있었다. 조 베어드는 UC 버클리 로스쿨을 나오고 워싱턴 로펌의 파트너로 GE 등 대기업을 대리했다. 이처럼 클린턴은 형사법을 다루어 본 적도 없으며 알려지지도 않은 여성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한 것이다.

그런데, 조 베어드 부부가 집에서 불법체류 이민자를 가정부와 운전기사로 오랫동안 써왔음이 드러났다. 1986년에 이민법이 개정된 후에는 불법이민자를 고용하는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법무장관 지명자가 이민법을 위반한 것이었다. 불법이민자를 고용하더라도 고용주는 그들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보장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법무장관 지명자가 세금도 포탈한 결과가 되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조 베어드는 사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되자 클린턴은 여성 법조인으로 청문을 통과할 인물을 구해야 했다. 클린턴은 하버드 로스쿨을 나오고 데이드 카운티(마이애미) 지방검사를 오래 지낸 재닛 리노(Janet Wood Reno 1938~2016)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했고 리노는 무난하게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리노는 클린턴의 임기 내내 법무장관을 지냈다.

문제는 당시 웬만한 워싱턴의 파워 커플(부부가 모두 변호사 및 고위공직자인 경우)은 대개 중남미 출신 불법 체류 가정부를 집에서 고용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사건을 계기로 그런 가정부들이 워싱턴 부자 동네에서 대거 실직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면 검사로서 열정적으로 일해온 재닛 리노는 어떠했나? 리노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아서 가정부를 집에서 쓸 이유가 없었다. 

- 사진. 왼쪽은 조 베어드, 오른쪽은 재닛 리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