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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로널드 레이건

작성일 : 2022-09-01 18:31조회 : 820

칼럼니스트 로널드 레이건

위대한 소통자(The Great Communicator)라고 불리는 로널드 레이건은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레이건을 좋아하지 않는 진보/민주당 성향 논객들은 레이건은 내용이 없는 말을 그럴싸하게 잘 할 뿐이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상대방을 설득을 하고 소통을 하려고 해도 본인의 머리가 비어 있으면 도무지 되지가 않는다. 스피치라이터가 써 준 A4 용지를 들고 상대방을 만나서 설득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레이건은 1967년부터 1975년 초까지 8년 동안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냈다. 당시는 신좌파 운동이 성행할 때였고 UC 버클리는 그 진원지(震源地)였다. 레이건은 복지에 중독된 사람들을 일터로 보내고 난잡한 버클리를 깨끗하게 정리하겠다고 공약하고 당선됐다. 자연히 레이건 주지사는 신좌파 운동권의 타깃이 되었고, 새크라멘토의 주지사 관저에는 과격 분자들이 던진 화염병이 날아들기도 했다.

주지사 임기를 마친 레이건은 방송 논평과 신문 칼럼 집필을 하면서 1976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계획을 세웠다. 1976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경선(프라이머리)에 나서는 동안을 제외하고 레이건은 방송 논평과 신문 칼럼을 주업으로 삼았다. 현안 문제에 대한 논평을 하는 레이건의 라디오 논평(Radio Commentary)는 미국 전역의 500개 지방 방송국을 통해서 4천만 명 청취자에게 전달됐다. 당시 레이건은 가장 청취자가 많은 방송 논평자였다. 레이건은 또한 수백 개 지방 신문에 주간 칼럼을 신디케이트로 연재했다. 레이건은 주제를 정해서 자료를 찾고 직접 원고를 썼다. 레이건의 방송 칼럼 원고는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몇 번씩 고쳐 쓴 육필(肉筆)을 볼 수 있다.

레이건은 1980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프라이머리에 나서기까지 방송 논평과 칼럼 집필을 계속했다. 레이건에게 방송 논평과 칼럼은 주된 수입원이었고, 그것을 통해서 많은 현안 문제를 공부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레이건은 한국과 관련된 이슈를 방송에서 다루어서 큰 반향을 일으킨 적도 있다. 카터 대통령은 주한 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취임 후 이를 실행에 옮기려 했다.

당시 주한 미군 사령부 참모장이던 존 싱글러브(John Singlaub 1921~2022) 소장을 만난 한 기자가 비보도를 전제로 주한 미군 철수에 대해 물었는데, 싱글러브 소장은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그 기자가 실명을 기사에 표기해서 이것을 본 카터가 싱글러브 장군을 본국으로 소환해서 전역시켜 버렸다. 이에 대해 레이건은 1977년 5월 25일자 방송 논평에서 싱글러브 장군이 훌륭한 군인이며 애국자라고 치켜세우고,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카터가 어리석다고 비판한 것이다. 레이건의 이 방송 논평은 물론 큰 반향을 일으켰다.

레이건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는 레이건이 과거에 쓴 칼럼과 방송 논평을 모두 찾아서 읽고 숙지해서 자신이 마치 레이건인 것 같은 기분으로 연설문을 작성했다. 레이건은 연설문을 받으면 한번 읽어 보고 필요하면 약간의 가필을 해서 연설을 했다. 노르망디 작전 40주년을 기념한 오마하 비치 연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게이트 앞 연설 등 유명한 연설문도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요컨대, 본인이 함량이 부족하면 소통을 하려고 해도 도무지 되지가 않는다는 말이다.
(존 싱글러브 소장이 카터에 의해 해임되어 본국으로 돌아갈 때 나는 젊은 국군 장교였다. 당시 싱글러브 장군은 한국군에게 최고의 영웅이었다. 그 시절 국군 장교들은 사석에서 카터를 지칭할 때 ‘카터 그 개XX'라고 불렀다.)

- 사진 (1) 레이건 방송 논평 광고 (2)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레이건 (197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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