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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꺼지지 않는 ‘케네디 신화’
작성일 : 2023-11-22 19:43조회 : 518


꺼지지 않는 ‘케네디 신화’


오늘 11월 22일은 케네디 암살 60주기가 되는 날이다. 지난 봄부터 케네디 암살과 관련해서 그 배경과 국내외 정세, 암살 당일 상황, 워렌보고서와 그 허점, 마피아와 CIA 등 여러 측면의 글을 올렸다. (책 한 권이 될 만한 분량이다.) 이제 린든 존슨 부통령과의 관계, 마릴린 먼로의 죽음 정도만 추가하면 케네디 시절을 대부분 다루는 셈이다. 케네디의 난잡한 사생활과 마피아와의 관계에 대해 처음 들어 보는 사람도 많은 듯한데, 사실 우리나라에 소개되거나 번역된 책은 케네디를 미화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케네디가 죽은 후 그 측근인 아서 슐레진저, 시어도어 화이트, 시어도어 소렌슨, 피에르 샐린저 등이 펴낸 책들이 모두 케네디를 전설(legend)과 신화(myth)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케네디가 죽은 후 2~3년 만에 나온 이런 책들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돼서 케네디를 ‘캐멀럿의 전설’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선 전혀 다른 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케네디 가문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로버트 댈릭 같은 주류 역사가도 나중에 나온 책에는 어두운 면을 조금씩 언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케네디 전설을 먹고 사는 보스턴의 문화권력은 아직도 건재하다. 그런 덕분에 케네디 암살을 다룬 워렌보고서에 대해 그렇게 많은 비판과 반론이 있음에도 보스턴 문화권력의 연장선에 있는 뉴욕타임스는 그것을 다루는데 매우 인색하다. 

케네디 백악관은 ‘하버드 백악관’이었다. 케네디 본인 물론이고 그의 아버지, 동생인 로버트와 에드워드가 모두 하버드를 나왔다. 케네디 백악관에서 사실상 비서실장이었던 케네스 오도넬도 하버드를 나왔다. 안보보좌관 맥조지 번디는 30대에 하버드 대학원장을 지냈다. 하버드 역사학 교수였던 아서 슐레진저는 케네디의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케네디 시절에 맥조지 번디는 피그스 만 침공을 막지도 못했고 성공시키지도 못했다. 하지만 존슨 대통령 시절에 번디는 베트남 전쟁을 확대하는 데 앞장섰다.

아서 슐레진저는 케네디 백악관에서 특별보좌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졌으나 특별보좌를 한 적이 없다. 그는 한가한 사무실에서 케네디 백악관에 관한 원고를 썼다. 그래서 케네디가 죽자 곧 두꺼운 책을 낼 수 있었다. 케네디가 합참의장으로 기용한 맥스웰 테일러 대장은 미군을 베트남에 본격적으로 보내기 시작한 장본인이다. 테일러는 폴 호킨스와 윌리엄 웨스트모얼랜드를 베트남 주둔 미군 사령관으로 기용해서 미국을 소모전의 수렁에 빠뜨렸다.

영화 <Jackie>에 이런 대화가 나온다. 백악관에서 성(聖) 매튜(마테오) 성당으로 케네디를 운구하는 행렬의 앞에서 걸어가면서 재키는 옆에서 걸어가는 로버트 케네디한테 “이 장례식은 나를 위한 거에요”라고 말하면서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그 말을 들은 로버트 케네디는 수긍하는 표정이다. 실제로 이런 대화를 했을 리는 없지만 감독은 그런 대사를 통해 재키가  ‘캐멀롯’이란 신화를 만들었고 로버트는 그 신화를 자기의 정치적 커리어에 이용했음을 암시했다.

케네디-존슨 후 대통령이 된 닉슨은 공연히 케네디 망령과 싸우다가 워터게이트라는 실책을 범했다.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H. W. 부시는 케네디의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않았거나 아예 무시했다. 민주당 대통령 중에도 남부 출신인 지미 카터는 자기의 라이벌인 에드워드 케네디를 의식해서 케네디 가문을 백안시했다. 하지만 클린턴, 오바마, 그리고 바이든은 케네디의 유산을 자기들의 정치적 자산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클린턴은 케네디의 막내 누이동생 진 스미스를 아일랜드 주재 대사로 임명했고, 오바마는 캐롤라인 케네디를 일본 주재 대사로 임명했다. 바이든은 캐롤라인을 호주 주재 대사로 임명했고 에드워드 케네디의 두 번째 부인 빅토리아를 오스트리아 주재 대사로 임명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재키가 만들어낸 ‘캐멀롯’의 신화는 끈질긴 셈이다.

사진 : 캐롤라인 케네디와 빅토리아 케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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